여우네 가족이야기

“느리고 단순한 삶은 우리의 마지막 선택이다.” 일본에서 슬로 라이프 운동을 이끄는 유명한 환경운동가 쓰지 신이치의 철학은 이렇게 압축된다. 그의 저서 『슬로 라이프』에 나타난 소박하고 느긋한 삶을 위한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걷기:슬로 라이프의 첫걸음은 산책을 되찾는 일이다. 목적지를 두지 말고 발길 닿는 대로 걷자. 어슬렁어슬렁 멀리 돌아가며 이것저것 살펴본다. 지금을 사는 자유, 거기에 존재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이 길 위에 있다.

●방랑: 진정한 풍요는 물질과 돈에서 나오지 않는다. 북미·유럽에서 인기 있는 시인 나나오 사사키의 작품에는 세계를 누볐던 경험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멕시코 사막에서의 체험, 아이누 조각가와의 추억 등을 가슴에 새기는 데는 쌍안경 세 개면 충분했다.

●게으름: 생각해 보자, 누구를 위한 근면인지. 기계문명의 발달로 편해지기는커녕 일부는 과도하게 일하고 나머지는 실업자로 남는다. 그때쯤 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모두가 ‘노동은 신성하다’는 신화에 빠져 ‘지금’을 즐기지 않고, 미래에 투자하고 산다.

●잡일: 입시·취업용 공부가 아니면 잡학으로 분리되고, 친구들과의 수다는 시간 낭비로 취급된다. 하지만 인생이란 잡일의 집적이다.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고, 만족감을 주는 일들은 바로 이런 잡일에서 나온다.

●슬로 러브: 사랑이란 본디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결혼정보업체를 찾고, 부모가 자녀의 더딘 발달에 싫증을 내는 건 효율성을 따지기 때문이다. 육아·연애 등에 ‘빨리 빨리’를 외치다 보면 본질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있는 것 찾기: 없는 것을 애달파하는 대신 가지고 있는 것을 찾아 나서자. 도호쿠 지방의 이와테현은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었지만 토속적 요리법은 410가지나 있다. 할머니들이 국수를 만들어 팔자 이곳은 금세 맛고을이 됐다.

●머물기: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함께 사는 일은 점점 더 멀어진다. 요즘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바쁘다. 아이는 학원에 다니느라 밤중에나 들어오고, 아버지는 승진을 위해 지방 근무도 자원한다. 모두가 미래를 위해 뛰지만 그런 인생이 과연 살 만한가.

●텔레비전: 남의 욕망이 아니라 내 욕망을 들여다보라. TV는 우리가 따라 해야 할 유행을 주입시키고, 필요 없는 물건을 사라고 강요한다. 멍하니 모니터를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게 슬로 라이프가 아니다. 진짜 슬로 라이프는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 나서는 역동적 생활 방식이다.

●놀기: 헛되기 때문에 비로소 충실해진다. 아이들이 단순한 놀이에도 까르르 웃고, 여자들이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것은 ‘무엇을’ 가지고 놀고 ‘무슨’ 얘기를 하느냐보다 그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목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일, 그것이 놀이의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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